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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 처음부터 무결한 것은 불완전한 것이니 충돌이 일어나야 완벽해진다 )-평점 10점

2020-03-31 05:06:31

작가들은 실화의 빈틈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제한되고 극적인 이야기 사이의 빈틈을 좋아한다. 많은 것을 굳이 안 담으려 해도 자동으로 담기게 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다 된 그림에 점 하나만 찍으면 된달까. 물론 그 점을 찍기는 매우 어렵다. 아무데나 찍으면 안 되니까. '다키스트 아워'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실화 기반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각본화한 안토니 맥카튼 작가는 그래서 이 스토리를 아주 좋아했을 것 같다. 거의 이미 완벽한 이야기 소재이자 실화이니까. 여기에 '시티 오브 갓'을 만들었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경험도 있고 여러 장르의 영화도 만들어 봤던 사람이다. 두 사람이 만났으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교황'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과연 '두 교황'은 시작부터 캐릭터적으로 완벽한 구성을 보여준다. 거의 흑과 백이라 할만큼 나누어진 실제 인물에서 따와 극화된 캐릭터다. 게다가 종교에서의 꼭대기 위치에 있는 신분인만큼 대화들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자연과 신, 인간에 대해서 말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정치 권력의 꼭대기라고 보기에는 다른 위치이기에 그것을 빗댈 수도 있다. 역사도 빗대어 말할 수 있다. 이미 두 사람 자체가 오래된 집단의 누적된 결과이니. 그것도 하나만이 아닌 상반된 입장으로서.


그런데 감독은 조심스레 톤에 최적합한 연출을 더했다. 두 사람의 다른 성격에 맞게 전반부는 조금 온화하고 정적이라면 후반부는 톡톡 튀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설명력이나 산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과감하게 썼다. 다큐멘터리 방식을 섞은 것이다. 또한 아마도 실제 바티칸을 촬영하려면 쓸 수 없는 조명과 카메라 렌즈 환경들 때문인지 그 제약을 오히려 메인으로 잡고 핸드헬드나 적절한 점프 컷으로 활용했다. 산만한 부분을 교묘히 다큐식 편집과 음악과 대화로 이어나간 것이다. 심지어 상황과 아이러니하게 안맞는 음악을 붙이거나 뮤지컬 방식을 일부 쓰기도 했다.


물론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두 배우이기도 하다. 두 말 하면 입아픈 베테랑 배우들인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는 명연기를 펼쳐보인다. 영화의 독특한 호흡과 리듬 못지 않게 대사들과 확확 변하는 분위기, 현장들을 마치 연극처럼 동선을 신경써가며 성공시켜 낸다. 베테랑들이기에 가능한 여유로움까지 보여준다. 덕분에 다양한 감정이 순식간에 복잡하게 오가는 데도 두 배우의 흡인력으로 절묘하게 소화하고 표현해낸다. 


고로 '두 교황'은 실화를 바탕으로 그 빈틈을 정말 절묘하고도 최적화 된 이야기들로 채우고 동시에 감독의 과감한 연출 시도와 배우들의 명연기에 힘입은 걸작이라 생각된다. 특히나 배경이 어쩔 수 없이 바티칸이 되기에 그곳에서 자동으로 빚어나오는 수많은 이미지와 상징들의 은유들이 미처 못 채워준 빈틈까지도 채워주며 종교를 넘어선 인간과 자연, 신 그리고 좌우대립과 나약함, 고민 등 많은 것을 한꺼번에 유하게 다뤄버렸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소스들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부치면서 용서와 화해로까지 밀고 나갔다. 완벽한 지점이 아닌 불완벽한 지점으로. 연출 너머가 작동 됐다. 아마도 신의 마무리일까.



**심지어 에필로그마저도 절묘하다. 마지막 그 끝까지.

***사실 인간은 신에게 기댄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기댈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요한 장면에서 오히려 초점이 나가고 흔들린 사진을 제시한다.

*****어디까지 실제 자료를 사용했을까. 분명 누군가 고증도 해주고 고문도 해준 것 같다.

******예상되는 부분을 오히려 먼저 꺾어 버린다.

*******하필 아르헨티나와 독일이었다니.

********미리 알면 복선이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정말 구석구석 잘 이용한다. 스토리에 맞춰서. 신랄한 은유다.

**********종교계 내부의 치부에 대해서도 과감히 드러낸다.

***********역시 실패해 본 사람만이 제대로 변할 수 있다. 성공만 한 사람은 언제나 무너지기 직전이다.

************물론 변화는 타협이다. 아닌가.

*************난 완벽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가장 불완전한 사람이다.

**************그 짧은 대화에 철학, 문학, 과학이 오고 간다.

***************존중하면서도 할 건 하는 문화.

****************생각보다 신부들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어디서나 공부없이는...

*****************피아노를 이용한 서정성까지 순식간에 파고든다.

******************의외로 신랄하고 독특한 농담들이 오간다.

*******************결국에 강조한 것은 신부나 주교, 교황이 아니라 사람이다. 인간이다.

********************인간의 고민이 그 위치의 사람들에게도 언제나 지속된다.

*********************짐을 내려놓는게 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너무 무거울 때마다.

**********************싸우지 않으려는 효과적인 외면.

***********************마치 대사로 펼쳐지는 느와르 같다.

************************절묘하게 섞여 드는 자연 풍경.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은 없다. 아는 척 하면서 모르는 걸 지나칠 뿐.

**************************물론 지나쳐도 언젠가는 다시 다가온다.

***************************결과만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다 어떤 과정을 거친 탓이다.

****************************최후의 정치는 인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한 면을, 한 쪽만을 선택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가장 크다.

*******************************어쩌면 선택하는 것은 잡는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울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솔직한 면모들.

*********************************이 뒤에 숨은 작가가 몹시 궁금해지는 시점이 온다.

**********************************사실 변화하는 게 아니라 이미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에서 한 쪽을 포기하는 것 뿐이다.

***********************************양쪽을 다 경험해봐야 다른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조용한 전복이라 할수도 있겠다.

*************************************의도적으로 키우는 자연의 소리.

**************************************소음을 대하는 면밀한 태도. 종교에서 소음, 소리는 꽤 중요하다.

***************************************비틀즈는 또 이렇게...

****************************************축구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타이틀 롤이 올라갈 때도 은근히 오버랩되어 움직임이 보이는 연기.

******************************************역시 식전 기도는 타이밍이다.

*******************************************위트와 싸움과 타협과 토론과 화해의 모든 것이 한 장면에 들어있다.

********************************************의외로 롱테이크를 포기했지만 공간성때문에 그 무게감이 짙게 베어 나온다.

*********************************************두 배우가 맡았던 역할들을 생각해 보면 속죄도 있었을 것 같다.

**********************************************느릿하지만 공간을 점령해 나가는 두 배우의 움직임 아우라.

***********************************************영화 '다우트'에서 더 밀고 나간 이야기다.

************************************************더 크고 화려한 바티칸의 성당은 일부러 보여주질 않는다. 일종의 말하지 않는 풍자다.

*************************************************인간은 얼마나 나약하고 오류투성이인가를 은근히 노려본다.

**************************************************변명보다 고백에 가깝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한 것이다.

****************************************************비틀즈의 '블랙버드'가 여러차례 쓰이는 듯 하다. 자유에 대한 의미일까. 나중에 새소리 효과는 교황의 별장씬에서 더 비유적으로 쓰였다.

*****************************************************마찬가지로 아바의 댄싱 퀸이 이례적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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