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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기적이 필요한 도시 - <가버나움>(2018)

2020-03-27 01:13:10

12살 소년 자인의 법정 장면으로 영화가 문을 연다. 소년은 칼로 사람을 찔렀다. 그리고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 판사가 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지 묻자, 소년은 자기를 끔찍한 세상에 태어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그 소년이 살아온 삶의 자욱들을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가버나움>(2018)은 올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나딘 라바키의 작품이다. 주인공인 자인의 가족은 불법체류자이다. 이 가족의 자녀들은 출생증명서 같이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없다. 그리하여 교육과 의료와 같은 기본적인 혜택도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릴 적부터 거리로 내몰려 세상을 몸소 체득한다. 


자인이 이 집에서 가출하게 되는 계기는 여동생이 팔려가듯 결혼을 하게 되면서이다. 이후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미혼모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 집에서 어린 젖먹이를 돌보며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애 엄마는 불법체류자로 잡혀가게 되고, 영문도 모른 채 어린 자인은 더 어린 요나스를 덜커덕 맡아 키우게 된다.  


홀로 남은 자인은 가짜 처방전을 받아다가 알약을 약물로 만들어 되팔기도 하며 근근이 연명해간다. 거리에서 알게 된 소녀로부터 난민으로 스웨덴에 가기 위해서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서류를 찾으러 집에 되돌아온 날, 여동생의 소식을 듣고 분개하여 칼을 들고 집을 나선다. 영화는 아동학대로 시작하여 그 아이들이 어떻게 범죄에 노출되는지를 차례로 보여주었다. 티 없이 순수하게 성장해야할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어른들의 책임을 물었다. 


‘가버나움’은 신약성서에 언급되는 지명이다. 예수는 이 곳에서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명을 먹인 오병이어 사건이 벌어졌고, 베드로의 장모, 들것에 실려 온 중풍병자가 고침을 받았다. 하지만 가버나움의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았고, 멸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언도 함께 받았다. 


영화 속 <가버나움>에도 기적이 필요하다. 피폐한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져야 한다. 끼니를 굶고, 병들어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가 나눠져야 한다. 그러한 사랑과 배려를 외면하는 자들에게는 또한 공멸의 시간이 임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준엄한 예언이기도 하다. 





가버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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