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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 : 나는 이 지옥 같은 곳에 왜 태어난 건가요?

2020-03-27 01:13:27



Prologue


난 제목인 ‘가버나움’이 영화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버나움’은 이스라엘의 갈릴리 바다 북서쪽에 있었던 해안의 지명으로, 예수가 오병이어의 기적 등 많은 기적과 말씀을 행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적과 교훈에도 불구하고 가버나움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아, 예수는 이 마을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영화의 제목인 ‘가버나움’은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반성이나 회개를 하지 않고 나쁜 인습을 대물림하는 레바논 빈민촌의 군상을 은유하는 단어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우 우울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 자체가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으니까.

영화를 보는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난 암울한 감정이 가시질 않았다.


Synopsis


영화의 첫 장면은 레바논 빈민가의 어린이들의 열악한 현실, 이후에는 마치 하늘에서 하나님이 아래를 내려보는 것처럼 보이는 처참한 빈민 도시의 실체이다.



이 영화의 얼개를 보면 여러 차례의 법정 장면이 나오고, 왜 법정에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뒤이어 나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어린 소년 자인은 본인의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착취한 부모를 고소하게 된다.

(솔직히 어린 소년이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방식이 정말 기발하다.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된다.)


부모는 본인들도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에게 이렇게 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당신들이 과연 우리를 비난할 수 있느냐며 항변한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도 부모처럼 그렇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같이 집을 나가보려 하기도 하고, 실제로 집을 나가 만나게 된 불법체류자 라힐의 아이 ‘요나스’를 어떻게든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지옥 같은 가버나움에서 마지막엔 결국 작은 희망을 보게 된다.



Short Review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암울한 주인공들과 레바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바닥까지 보여준다. 보고 있으면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빛이나 색깔을 정말 잘 사용하여 감정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처한 현실은 어두운 조명이나 색으로 했다면, 집 밖의 새로운 세계라 할 수 있는 놀이공원은 마치 그곳이 세상의 낙원인 것처럼 아름답게 밝은 색깔과 조명을 입혀준다.




특히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울컥했던 장면은 자인이 아이 요나스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장면이다. 이런 장면이 몇 차례 나오는데, 모두 뒷모습을 역광으로 촬영하여 마치 천국의 문으로 향해 가는 것 같은 두 어린이의 작은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라는 잣대로만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실제 주인공들은 배우도 아닌 영화와 마찬가지로 난민 출신이고, 실제로도 서류가 없어 칸영화제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꾸밈이 전혀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로 보인다. 마치 영화가 아닌 다큐를 보는 느낌이었다.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영화가 끝나고 무려 1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내 생각엔 이렇게 오랜 시간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영화가 훌륭해서도 그렇지만, 감독과 스탭들이 창설한 ‘가버나움 재단’의 난민을 도우는 숭고한 정신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Epilogue



나는 왜 태어났을까란 질문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왜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살까라는 생각을 나도 수없이 했었다.

요즘 소위 ‘금수저’, ‘흙수저’라고 본인의 출신에 대한 비유를 많이 한다.

이 영화를 보면 내가 흙수저라도 가지고 태어난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가난이란, 고통이란 그야말로 상대적인 것이란걸,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곳은 지옥일 수도 천국일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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