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raft

<코코>[스포일러]사람은 언제 죽는다 생각하나?

2020-03-31 05:08:55





 사람은 죽습니다. 그것은 대다수의 생물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수천년에 걸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때로는 종교와 같은 사후세계가, 때로는 영생을 누리는 방법을 통하여, 때로는 식인을 통하는 등 나름의 극단적인 방법까지도 행함을 통하여 한 존재의 사라짐을 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사후세계의 존재가 민간신앙을 통하여 존재합니다. 코코가 그리는 사후세계는,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아름다우면서 화려한 사후세계는 현실과 비슷한 기술수준을 가지고, 현실의 것들을 이어받은 '영혼'들이 존재합니다.  스스로의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영혼들은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현실의 기억에 기반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이 영화에 드러납니다. 현실에서 기억해주지도 않는 사람은 결국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누군가에게 기억받아서, 오래 '존재'하고 싶음은 당연하게도 모든 영혼의 욕구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뒤집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영혼은, 슬프게도 존재성마저 소멸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존재의 가치가 현실에 기반한다는 사유는 어찌보면, 엄청나게도 현실 중심적인 이야기 일 수 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이야기는 사후세계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사후세계에는 '수호수'와 같은 영을 인도하는 개체들도 존재하지만, 이 사후세계에서 가장 도드라 지는 것은, 결국 '인간'이 핵심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의 중심적인 '기억'의 존재에 대하여, 도드라지게 표현 된 것이라고 봅니다. 말을 통하여 대를 통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물려받은 후손들이 기억을 하는 세계는,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큰 차이를 드러냅니다. 즉, 말을 통하여 이어지는 그 '기억' 이 존재의 근간이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기억에 대한 사유는 동양의 '사당'문화와도 잘 맡닿아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따라서 영혼 역시 존재의  정당성을 부여 받는 것이지요. 따라서 인류사에서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오래 기억되기에 오래 존재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이 소년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고, 자신의 정체성이 가문에서 금지한 음악가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작용으로, 자신이 위대한 음악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는,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기타를 훔치다가, 저주를 받아 사후세계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가족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가족들은 저주를 풀고, 현실세계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음악을 금지 당할 것을 알자, 소년은 자기의 완성을 위해서 자신의 고조 할아버지인 위대한 음악가에게 축복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 역에서 그를 안다는 사람을 통하여 여정을 떠납니다. 이러한 여정속에서 그는 그 위대한 고조할아버지 델라 크루즈를 만나지만, 기이하게도, 고조할아버지는 그의 이른 죽음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반전이 일어납니다. 그는 진정으로 그의 고조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며, 그의 모든 음악은 사실 그를 돕던 조력자인 '헥터'에게서 뺏어 쓴것인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헥터는 자신의 딸을 보고 싶어서 건너가려 한 것이지만, 딸이 자신의 증조할머니인 코코라는 것을 밝히게 됩니다. 즉, 미구엘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사실은 헥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헥터는 역설에 발목을 잡힌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자신을 기리지 않기에, 자신을 기억하는 유일한 딸인 코코를 만나로 가고자 하지만, 동시에 코코는 그를 기리지 않기에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코코가 사후세계로 넘어오면, 헥터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 헥터를 잊는 것이기에, 코코는 헥터를 결코 만날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러한 역설의 존재는 영화를 더욱이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역설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여러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 헥터의 역설의 해소의 부분에서조차, 이 사후세계의 현실근간적 측면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픽사가 선보인 현실을 기반한 '유한'적 사후세계는 사실 기존 세계의 확장체계 일 뿐입니다. 기존의 유한한 세상 후에 또 다른 유한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설정이지요. 이러한 유한성이 헥터와 미구엘의 여정을 더욱이 절실하게 만듭니다. 사실 유한성에서 무언가 절실하고, 급박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통상적인 무한적 사후세계가 아닌 (현실의 기억에 기반한) 유한적 사후세계에의 생성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한함이 존재하기에, 역설적으로 무한하고 싶은 영생의 욕망 역시 명성에의, 그리고 음악과 같은 모든 욕망으로 치환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유한성을 타파하기 위한 방식으로써, 명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명성이라는 것은 역사에 이름을 세긴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그러합니다. 그러나 진부하지만, 디즈니는 권선징악이라는 부분에 가치를 두고, 잘못된 방법으로 얻어진 명성은 그 명성의 근거만큼 허망하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허나, 유한성에의 타파에 대한 노력을 전면 부인하지 않습니다. 반면, 영화는 유한의 긍정적 가치에 주목합니다. 유한하기에 가족을 현실에서 더욱 아끼며, 유한하기에 욕망하는 등 유한의 가치를 사후세계에 대한 매력적인 묘사를 통하여 얼핏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을 영화내에 녹여냅니다. 유한하기에 삶은 아껴야 하며, 유한하기에 다른 유한한 자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한성에서 나타나는, 가족간의 사랑과 서로에 대한 기억이야말로 어떤 지점에서는 유한성에의 타파라는 것을 영화는 드러냅니다.



 미구엘의 모험은 이러한 명성과 삶, 죽음, 기억과 잊혀짐 유한과 무한에 대한 크나큰 생각을 하나로 모으게 되는 아름다우며 슬픈 모험인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전체이용가의 영화로써 이러한 무거운 주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내레티브 속에 녹여낸 픽사의 작업에 찬사를 보낼 뿐입니다.


 

삭제 수정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