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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 기억함으로써 영원히 사랑하는 방법 (coco,2017)

2020-03-31 05:09:01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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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는 단연컨대 디즈니와 픽사의 최고의 조합의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는 하나 지극히 정직한 디즈니적 세계관이 가끔씩 조금 갑갑했던 나로서는 이 영화가 너무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코코는 가족애를 다루고, 뮤지컬 같은 형식을 취하는 등 디즈니적인 요소가 영화 전반을 관통하면서도 픽사의 개성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영화의 맛을 더한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엔 영화에 가까운 작품.

모두가 열광했던 인사이드아웃에서도 평정심을 찾았던 나였지만, 코코는 한 번 보는걸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코코를 보고나서 멕시코의 <망자의 날>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데, 영화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망자의 날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나니 

코코를 만들기 위해 문화적으로 얼마나 깊이있게 접근했고, 폭넓게 이해해서 사실감있게 묘사했던 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영화를 본 이라면 코코가 얼마나 사실에 기반해서 만들어져 있는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영상이라 생각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죽음에 대하여


공교롭게도 같은날 죽음을 다룬 두개의 영화를 보았다. 신과함께, 그리고 코코.

신과함께에서는 죽음을 대하는 아시아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그 사람을 잃는 다는 것에 슬퍼하고, 

죽은 이는 사후세계에서 8개의 지옥에서의 심판을 무사히 지나야 환생을 할 수 있다. 

죄의 무게에 따라 형벌이 결정되지만, 이승에서 진심으로 용서를 받은 사건은 다뤄지지 않는다.


반면 코코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망자의 날 행사에서 볼 수 있듯 영화는 전반적으로 화려한 색감이 주를 이루는데

사후세계에서는 그 화려함이 더 강렬해져서 네온사인과 같은 형광에 가까운 색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멕시코 문화를 간접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이토록 즐겁고 화려한 사후세계의 연출이 가능했던 건 영화의 배경이 '멕시코'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실제로 망자의 날에 대해 구글링을 해보니 흥미로운 페이지를 발견했는데,



Here’s one thing we know: Día de los Muertos, or Day of the Dead, is not a Mexican version of Halloween. Though related, the two annual events differ greatly in traditions and tone. Whereas Halloween is a dark night of terror and mischief, Day of the Dead festivities unfold over two days in an explosion of color and life-affirming joy. Sure, the theme is death, but the point is to demonstrate love and respect for deceased family members. In towns and cities throughout Mexico, revelers don funky makeup and costumes, hold parades and parties, sing and dance, and make offerings to lost loved ones.

- By Logan Ward 


이 글에서 망자를 대하는 멕시코적 세계관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망자의 날의 테마는 '죽음'이지만, 핵심은 죽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는 방식은 슬픔이나 애도보다는 차라리 환희에 가깝다는 것.

그렇기에 이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사랑하는 이들을 노래와 춤으로, 기쁨이 가득한 방식으로 축복하고 기억한다. 



"사람이 언제 죽는 줄 알아? 총이 심장을 뚫었을 때?

아니, 누군가에게 잊혀졌을 때." 


사람은 언젠가 죽지만 그것은 진정한 죽음이 아니다.

그들이 진정 사라지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에서 완전히 잊혀졌을 때.

"용서는 하지 못해도 잊으면 안되잖아요"라고 말하는 미구엘의 말이 그토록 깊은 울림을 가져왔던 건 어느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기억한다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의 또다른 표현임을 우리 모두가 느꼈기 때문이리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진정한 축복은 조건없는 축복


사랑과 이해는 엄연히 다르다.

미구엘을 사랑했으나 가슴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이멜다는 축복의 말을 건네야 다시 이승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미구엘에게

전제조건이 붙은 축복의 말을 건넨다. 바로 '음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지만 전제조건이 달린 축복이 진정한 축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미구엘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 이멜다는 비로소 아무 조건없는 축복의 말을 건넨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영화의 제목이 코코인 이유


영화 후반부에 그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Remember me가 아닌, '코코'가 영화의 제목인 이유는 코코가 바로 죽은 할아버지와 산 가족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가족애'라는 묵직한 관념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기 때문. (사실 일본에서 개봉한 제목은 Remember me라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 미구엘과 코코가 함께 부르는 노래 Remember me는 딸을 위해서 노래를 썼다는 아빠의 말이 떠올라 더 가슴절절하고 아름답다. 





우리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할 때가 온다. 

물론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평소에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인색함이 없도록 힘써야 하겠지만, 

이미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낸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부재에 마냥 가슴아파 하는 것 보다는 그들을 사랑하고, 기억하고, 기리는 방식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이 

우리 기억 저편 너머로 영원히 소멸되지 않도록 축복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이 영화 코코를 보며,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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