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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리키 - 켄 로치

2020-03-30 03:02:24

미안해요, 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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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이다.

택배 배달 시 직접 주문자에게 전달하지 못했을 때 어디에 물건을 두었다는 메모를 남기는 메모장에 쓰인 문구이다.

해석하면 '미안해요, 우리가 당신을 놓쳤어요.'

여기서 우리는 택배회사이고, 당신은 택배를 주문한 고객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다른 이들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 혹은 국가나 사회 전체,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일 수도 있다.

'당신'은 누구일까. 리키와 리키의 가족들...

 

너무나도 성실히 일하는 맞벌이 부부와 천사 같은 딸과 말썽피우는 아들, 영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가족인데 우리가 왜 놓쳤다고 할까.

수 백 마리의 양 떼 속의 양들은, 특별하게 보이지도 않고 모두 똑같은 양들처럼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양 한 마리가 양 떼 속에서 낙오되어 떨어지면 그 양은 다른 양들과 다르게 뭔가 특별해 보이고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제부턴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그건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평범한 리키와 리키의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 연속으로 닥치지만, 영화라서 응축되어 보일 뿐, 그 정도의 힘든 일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도 너무 부자인 사람들, 아니면 너무 가난해서 누군가(무엇인가)의 도움으로만 살아가는 사람들 말고는 모두 리키와 같은 고민과 힘듦을 겪으며 살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평범해지기 위해서... 평범함이란 떼로부터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낙오된다고 해서 늑대에게 물려 죽지는 않겠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이 무엇의 도움만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기 싫어서... 낙오 된다면 가족과 한 집에서 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리키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아침에 트럭을 몰고 출근을 한다.

혼자인 트럭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리키, 그 눈물은 슬픔 이상의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가 놓친 건 리키가 아니라 리키의 눈물인 것 같다.

 

켄 로치는 낙오되고 나서 '미안해요, 우리가 도와줄게요.'라고 말하기보다, 낙오되기 전에 '우리는 절대 당신을 놓치지 않을게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라고 말해주는-그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과 사람들이 존재하는-세상을 희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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