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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 '뻔함 속의 재미'를 잘 살려낸 발리우드의 페미니즘 무비 (feat. 팩트 체크)

2020-03-27 01:08:23


니테쉬 티와리 감독 / 161분 / 12세 관람가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 사크시 탄와르..

전문가 평점: 로튼토마토 지수 92%(평점: 8.1/10), 메타스코어 56점, 4월 27일 기준

관객 평점: 로튼팝콘 지수 94%(평점: 4.5/5), 메타유저스코어 8.2점, 4월 27일 기준

개인적인 평점: 6점 (오락성 7점, 작품성 5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27일) CGV 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당갈> 이야기를 해볼게요. ^^


     레슬링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인도 영화 <당갈>은 여섯 명의 딸이 모두 레슬링 메달리스트인 포갓 가족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인데요. 발리우드 3대 칸(※샤룩 칸, 살만 칸, 아미르 칸) 중 한 명인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고 있죠. (※참고로, 아미르 칸의 출연작 중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작품으로는 <세 얼간이(2009)>, 등이 있습니다.)


     약 1,100만불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당갈>은 인도(※8,990만불)에서보다 중국(※1억9,305만불)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며, 월드와이드 수익 3억289만불을 기록한 작품인데요.


     <당갈>은 해외 평론가들 사이에서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 "발리우드를 싫어하는 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스포츠 영화 속에 진하게 녹아 있는 페미니즘이 일품이다." 등과 같은 호평이, "161분의 아주 긴 러닝 타임 동안 아미르 칸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만 봐야 하는 영화" 등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보다 상당한 우위를 나타내며, 92%의 높은 로튼토마토 지수(평점: 8.1/10)와 56점의 메타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죠. (※해외 관객 평점: 로튼팝콘 지수 94%(평점: 4.5/5), 메타유저스코어 8.2점, 4월 28일 기준)


     자, 그럼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당갈>은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게요.


※ 본 포스팅은 필자의 취향과 의견이 반영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옳고 그름의 흑백논리가 아닌,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른 '다름'이 존재할 뿐인데요. 필자의 리뷰가 본인의 감상과 달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비난 댓글을 남기시는 경우가 빈번한데, 부디 '다름'을 존중할 줄 아는 너그럽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릴게요.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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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복싱 영화의 바이블 <록키> 시리즈,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멤버 타이탄(200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국가대표(2009)>, <블라인드 사이드(2009)> 등 스포츠 영화를 대표하는 이 영화들은 저마다 다른 종목, 문화, 인종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뚜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들 스포츠 영화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은 다름 아닌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인간 승리를 이뤄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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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영화 <당갈>? 또한 이러한 스포츠 영화의 정형화된 제작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었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당갈>은 영화를 굳이 관람하지 않더라도 영화 속 인물들이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갈등과 화해를 경험하며, 마침내 값진 성취를 달성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누구나 손쉽게 머릿속으로 예상할 수 있는 영화인 것이 사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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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뻔하디 뻔한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노잼으로 귀결되지는 않음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요. MCU만 봐도 지난 10년 동안 온갖 시련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기어코 승리를 거머쥐는 슈퍼히어로들의 뻔하디 뻔한 이야기만 주야장천 반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전 세계 영화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것처럼, 유려한 연출, 탄탄한 각본, 견고한 연기의 삼박자만 잘 조화된다면 제아무리 클리셰 범벅인 영화라도 충분히 뛰어난 영화적 재미를 생산해내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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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당갈>은 바로 그 '뻔함 속의 재미'를 충분히 잘 살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세계 대회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마하비르(※아미르 칸)가 인도 사회의 온갖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두 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 아역: 자이라 와심)와 바비타(※산야 말호트라, 아역: 수하니 바트나가르)를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나간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를 유머와 감동이 적재적소에 가미된 담백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양질의 영화적 재미를 뽑아내고 있는 영화가 바로 <당갈>이었죠.



     인도어로 '레슬링'을 뜻하는 '당갈'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화답게 레슬링으로 서막을 열고 레슬링으로 매조지하고 있었던 <당갈>의 중심에는 아미르 칸이 있었는데요. 발리우드 3대 칸 중에서도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미르 칸은 박력 터지는 레슬링 선수에서부터,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아버지, 그리고 츤데레 딸바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뽐내며 <당갈>을 힘차게 견인하고 있었죠.


     <당갈>은 아미르 칸을 중심으로 장녀 기타를 연기한 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자이라 와심(아역), 차녀 바비타를 연기한 산야 말호트라와 수하니 바트나가르(아역), 그리고 <당갈>의 화자이자 포갓 가족의 최대 조력자인 옴카르 역의 아파르샤크티 쿠라나와 리트윅 사호레(아역) 등이 조화로운 케미를 이루며, 161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 동안 웃음과 감동을 꾸준히 생산해내고 있더라구요.



     평소 발리우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시라면, 아미르 칸이 평소 인도 사회의 열악한 인권 문제,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및 아동 인권에 대단히 큰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 이유로 아미르 칸은 자신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자주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아미르 칸은 <당갈>에서도 비참한 삶을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인도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영화 곳곳에 녹여내고 있었죠.


■ 2015년(가장 최근 통계) 세계 남녀평등지수(GDI) 순위(※출처: 유엔개발계획(UNDP))

※ 순위는 GDI지수 외에도 국가별 수명, 교육, 소득 수준이 함께 반영되어 매겨집니다.

※ GDI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평등함을 의미하며, 1보다 낮으면 남성이, 1보다 높으면 여성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북한, 모나코, 나우루 등 7개국은 자료 미비로 순위 선정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당갈>은 기타가 인도 최초로 하계 올림픽 여자 레슬링 출전권을 따낸 선수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 속에 세계 남녀평등지수 순위 131위에 머물고 있는 인도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었는데요. 인도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5분마다 1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인도(※성폭행 신고를 해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 인도의 특성상 신고조차 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네요. 아,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해요. ㅠ.ㅠ)는 '여성보다 소가 더 안전한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일상적이죠.


     전통적으로 남존여비 사상이 심한 인도에서 여성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재산'이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재산'이며, 힌두교의 전통에 따라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가 따라 죽는 '사티'라는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까지 한데요. 이렇듯 여성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다 보니 자연스레 남아선호사상도 강해서 여자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곧바로 죽여버리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나죠.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5,000만명 이상의 영유아가 단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도저히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비참한 인도 여성들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당갈>을 관람하신 분들 중에서는 영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너무 과장된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인도의 끔찍한 여성 인권 실태를 알게 되시면, 오히려 <당갈>이 그려내고 있는 인도 사회의 여성차별이 실제보다 훨씬 더 완곡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죠.



     이처럼 <당갈>은 양질의 재미와 감동을 페미니즘과 함께 맛깔스럽게 버무려내고 있는 작품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의 신파와 동류인 발리우드 특유의 작위적인 설정(※애국심 코드, 눈물 착취 등)들이 영화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는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요.


     게다가 영화 시작 전 '사실을 과장한 부분이 존재한다.'라는 안내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들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과장을 넘은 왜곡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했죠. (※리뷰 하단의 팩트 체크 참고)



     총평하자면, '뻔함 속의 재미'를 나름 잘 살려낸 영화이긴 하지만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는 억지스러운 작위적 설정과 팩트 왜곡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여러 장면들로 인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당갈>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쉽게 말해, 평소 신파류의 영화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으셨던 분들이라면 <당갈> 또한 재밌게 관람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를 관람하기 전, <당갈>이 중국에서 어마무시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흥행한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직접 보고 나니 <당갈>이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동력(※애국심+신파)이 무엇인지 알겠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발리우드 특유의 군무를 싫어해서 <당갈>의 관람을 망설이기도 했었는데, <당갈>에도 발리우드 특유의 군무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리 길지는 않은 편이라서 군무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저처럼 발리우드 특유의 군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당갈> 관람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전 그럼 이쯤에서 <당갈> 리뷰는 마치도록 할게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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