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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진솔한 인간이 되는 교황

2020-03-31 05:06:49

[두 교황] 진솔한 인간이 되는 교황


나는 무신론자다.

나 혼자 무신론자 면 되는데 교회를 다니는 사람을 불쌍하게 여긴다.

덧없는 인생을 낭비하는 행태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난폭한 전쟁의 원인이 된 교회를 다니면서 혼자 구원되기를 바라는 이기심이 더욱 한심스럽다.

영화 '두 교황'은 혹시 모를 나의 잘못된 길에 작은 충고를 기대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영화관을 찾은 대부분의 천주교 신자들의 수다스러움 속에 '두 교황'을 찾은 이유는 10억 인구의 지도자 교황의 내면이 궁금하기도 했고, 앤서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명연기 그리고 바티칸의 화려함을 큼지막한 스크린으로 감상하기를 기대하였다.

영화 초반부 요한 바오로 2세(천주교는 '성'을 잘도 갖다 붙인다. 심지어 테레사 수녀에게까지도..)의 서거로 추기경들이 모여 콘클라베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유럽 보수 표 덕분에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는 265대 교황으로 추임 된다.

그는 마르크스를 폄하하고 개혁을 거부한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추기경은 교황을 찾아가 사임의 뜻을 내비친다. 

앤서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한편의 품격 있는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면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교황의 아름다운 별장, 바티칸 성당 등 모습과 함께 교황의 평범한 일상까지 안내한다.

일반인이 모르는 교황의 하루를 엿보는 신비함보다 인간으로서 교황의 중책에 대한 고뇌가 너무 아름답고 공감이 되었다. 

다키스트 아워와 보헤미안 랩소디의 각본을 맡은 안토니 맥카튼은 상상만으로 두 교황의 절제된 심리묘사를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가상의 대화가 너무 진실되면서 액션 스릴러를 능가하는 심장박동의 대결구도 후에는 역설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었다.


베네딕토 16세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새로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는 젊은 시절 군부독재에 굴복한 전력이 있다.

영화는 별도의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의 프란치스코 역할을 보여준 후안 미누진은 가난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청년이 예수회 신부가 되는 과정을 간략하면서도 충분하게 연기하였다.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을 개인적인 건강으로 보지 않는다.

너무 많은 구설수와 비밀로 감당하기 힘든 사안이 산재된 시기였다.

프란치스코는 교황의 역할을 천주교 마케팅 담당자와 같은 행보를 보여 기존의 엄숙함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교황의 재임기간은 종신 제도임에도 두 교황이 보여준 부드러운 승계는 종교의 순순환으로 훌륭한 장면이었다. 


아바를 좋아하는 프란치스코와 클래식 피아니스트 베네딕토 16세가 한자리에서 독일과 아르헨티나 월드컵 결승을 관전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두 교황 걸어가는 길은 비틀스의 애비로드를 걷는것과 같이 영원성을 갖고 있다.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베사메 무쵸가 너무 잘 어울린 영화였다.


마지막 짧지만 인상적인 쿠키영상이 있다.

두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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