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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앳>,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

2020-03-31 05:02:11

러브 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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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필자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평행 세계'라는 녀석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껏 했던 영화, <러브 앳>을 오늘 관람하고 왔다.


간단히 평하자면, 조금 슴슴하지만 깊은 육향을 담은 평양 냉면과 같은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영화의 흐름이 위기와 절정에 다다를 때까지만 해도, 감칠맛과 새콤함이 터지는 동치미 국물을 기초로 한 냉면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히 큰 장애물이 주인공 두 사람을 흔들거나, 누구 한 명이 뼈아픈 희생을 한다거나, 혹은 명작 멜로 영화로 손꼽히는 <이터널 선샤인>처럼 뇌리에 확 박히는 절정과 결말을 기대하기도 했다. 평행 세계라는 기초 소재라면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예상과는 달리 슴슴한 결말이었지만 영화에는 깊이가 있었다. 평양 냉면처럼 그 끝을 다시 한번 입 안에서 충분히 음미한다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극장을 나서는데, 갑자기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우리는 종종 남편이나 아내, 혹은 연인을 곁에 둔 지인에게 이런 짖궂은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다시 태어나도 곁에 있는 그 사람과 결혼(연애)할 거야?"


그럼 보통 이런 상황을 희극화한 장면에서는


"미쳤어?"


라는 농담조의 대사가 주로 많이 나온다.


이는 사랑의 익숙함과 지겨움 사이의 딜레마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진심으로 미쳤냐고 핀잔을 준 것일 수도 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음에도 결혼(연애)을 한 비극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아마도 지금은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영화는 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서로를 향한 호감, 흥분, 긴장을 다시금 떠올려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감독은, 자신도 모르는 또다른 자신이 살아온, 그리고 원래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평행 세계에 주인공을 내던져 버린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초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현실의 인간은 완벽할 수 없고, 고로 현실의 사랑 역시 완벽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네 사랑은 매번 부족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초현실적인 소재를 품은 사랑 이야기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더 잘해주지 못한 지난 날들에 대한 부족함이 완벽함에 대한 식욕을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우리네 사랑은 다시금 돌아와 금세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 된다. 이 영화, <러브 앳>에서의 마법과 같은 일은 결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시라.


자, 그럼 이 영화가 던진 그 질문, 늘 듣던 그 질문을 다시 한 번 더 던져 보겠다.


"다시 태어나도 곁에 있는 그 사람과 결혼(연애)할 건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간다는 뜻이고,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기억이 리셋된 상태를 말한다.


이제 눈 앞으로는 지금의 사랑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첫 눈에 반했던 그 때의 내 사랑이, 즉 지금의 내 사랑이 가장 찬란했던 때의 모습으로 곧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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