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raft

영화 달링 인간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는 것에 대해서

2020-03-30 03:19:30

달링

리뷰보기



요즘 최애하는 남배우, 앤드류 가필드.

그가 또 묵직한 메세지를 담은 영화를 찍었다.

바로 <달링>이다.


이 영화는 우선 감독이 앤디 서키스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를 연기하며 모션 캡쳐 연기 달인이라, 얼굴 없는 배우로 불렸던 앤디 서키스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니! 디테일한 표현력을 장점으로 가진 그가 감독으로서 어떤 장면을 어떤 식으로 연출할까 하는 기대가 생겨버렸고, 첫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잘 담겨 있었고, 씬과 씬의 연결도 자연스러웠고, 조금 흔한 연출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완성도 높게 잘 나온 것 같았다. 앤디 서키스, 멋져부려.


그리고 주연 앤드류 가필드와 클레어 포이.


이번 영화에서 앤드류 가필드는 전신 마비를 겪는 중증 장애인 역을 맡아 오직 얼굴 근육을 활용한 표정 연기와 목소리만으로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해나간다. 표정 연기를 할 때 하회탈 혹은 불독처럼 움직이는 앤드류 가필드의 피부 근육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만져보면 어떤 느낌일까?란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엄청 푹신푹신, 되게 말랑말랑 할 것 같은 느낌 ㅋㅋ


여튼 앤드류 가필드 곁에는 엠마스톤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둘이 너무 잘 어울리는데 넘 아쉬움)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클레어 포이와도 너무 잘 어울려서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클레어 포이는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더 크라운>이란 작품으로 TV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로, 영화 <달링>에선 앤드류 가필드가 맡은 로빈의 아내 역을 맡았다.




영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이애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 로빈은 그녀와 결혼을 하고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다.

차(茶) 무역상인 로빈은 영국와 아프리카를 오고 가며 일을 하는데,

다이애나는 집에서 그를 기다리지 않고, 그의 비즈니스에 동행하며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일을 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항상 함께 하는 둘은 달달한 신혼 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로빈에게 이상 증후가 발견이 되고,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간 그는

공기 중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해 전신 마비를 일으키는 병으로 척수성 소아마비 판정을 받게 된다.




아내 다이애나는 첫 아이를 임신 중인 상태로 남편이 척수성 소아마비란 병이 생겼으며,

척수성 소아마비 환자들의 경우 회복이 불가하며, 생존률도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이애나는 어제까지도 건강하게 걷던 남편이 하루 아침에 평생 움직이지 못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병이 있으면 치료법도 있을 법도 한데,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고, 악화되어 간다는 의사 앞에서 그녀는 그녀와 아이와 남편의 현재와 내일을 고민해야 했다.


로빈 앞에선 항상 밝은 다이애나.

로빈은 그런 다이애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영화 속 다이애나는 귀하게 자란, 물 한번 손에 뭍혀 보지 않고 자란, 그런 이미지 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에, 한창 꽃다운 나이에, 시집 와서, 아프리카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그녀가 남편 없이 혼자서 태교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니, 로빈은 죽고 싶어 한다.

자신이 죽으면 다이애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자신을 죽여달라는 남편에게 다이애나는 말한다.

살아달라고, 태어날 아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죽어서가 아닌 살아서 봐달라고.


이 영화는 로빈 캐번디시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고, 실제 이 영화의 제작자가 로빈의 아들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실제 로빈과 다이애나의 행복했던 결혼식 영상과 휠체어를 타고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로빈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실존 인물의 실화가 담긴 영화라고 하면, 그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전형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영화는 달랐다. 최근 실화를 다룬 영화 중 이렇게까지 운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이 영화를 보러 가려는 분들에겐 무조건 손수건은 필히 챙기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운 이유를 생각해보면 로빈이 겪어내는 삶의 무게가, 다이애나가 겪어내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데, 그 무거운 짐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존엄이란 이름으로, 삶에 대한 책임감이란 이름으로 묵묵히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하루라도 더 인간으로 살고자, 하루라도 더 사람답게 살고 죽고자 했던 그들의 치열했던 하루, 하루.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는 것에 대한 간절함의 무게가 너무 와닿았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다이애나의 간청에 살기로 한 로빈이지만, 그는 삶으로 인류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선, 당시 영국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되었고,

휠체어를 개발해서 전세계 중증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켰다.


그리고, 죽은 이후엔 영화를 통해서 여전히 로빈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영향의 중심은 바로 로빈이 관객들에게 건네는 질문들에 있다.


몸이 아플 뿐 마음이 아픈게 아닌 중증 장애인들이 왜 병원 밖에 나가지 못 하는지, 몸을 움직이지 못할 뿐 마음은 생동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왜 병원 천장만 바라보며 자신의 남은 삶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며 살 수 없는건지에 대한 질문. 그런 질문의 마지막은 환자를 위한 것인지, 의사를 위한 것인지, 병원을 위한 것인지 모를 연명치료와 그 속에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존엄사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로빈의 묵직한 질문들에 관객들 스스로 답하게 되는 순간, 영화를 보기 전보단 한 뼘 정도 성숙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싶고, 이렇게 로빈은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봤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태어나서, 어느 때가 되면 죽는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 부여된 한정된 시간을 쓴다 것을 의미하며,

시간이 갖는 유한성과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 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은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다들 말한다.


병원 천장만 바라보고 하루, 하루를 연명하며 평생을 살 것인가, 죽음을 무릎쓰고 가족들과 친구들 곁에서 즐거운 하루를 살 것인가를 놓고, 로빈은 망설이지 않고 가족과 친구들을 선택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만들고, 산소호흡기를 탑재해서, 집 앞 마당까지 나간 로빈은 아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간다. 또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휠체어 보급 부족 및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회에 참석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엔 언제나 다이애나가 있었고, 아들 조나단고, 친구와 이웃들이 있었다.

이들은 로빈이 스스로를 포기하고자 할 때 잡아준 사람들이였고,

그의 침대를 들어주고,

그의 휠체어 제작에 함께 했으며,

그가 기쁠 때, 슬플 때, 세상과 이별할 때 함께 있어주었다.


시간과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사람이 왜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자신의 생명과 타인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가치실현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던 영화 <달링>,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삭제 수정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