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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 우아한 뒷자리와 거친 앞자리의 한 공간 ) -평점 7.5점

2020-03-27 01:14:34

'덤 앤 더머', '킹 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를 대부분 직접 쓰고 연출, 제작까지 했던 피터 패럴리 감독의 야심찬 영화다. 전작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소재들을 잘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가 이번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60년대 배경의 남자들의 로드 무비에 해당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가벼운 코메디로 만들지는 않았다. 가족 영화에 가깝고 좀 더 점잖은 톤에 가깝다. 그래도 여전히 소재는 독특하다.


사실 피터 패럴리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은 캐릭터 구성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흑인이지만 백인 부유층에 해당하는 품위와 지식,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백인이지만 흑인과 다름없는 거친 잡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두 캐릭터를 붙였다. 아무리 실화를 기반이라고 해도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 구성이다. 그냥 둘이 가만히 한 공간에 놔두기만 해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영화도 그렇게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발휘되고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두 남자의 아니 두 사람의 작은 생활습관 차이와 문화 차이, 환경 차이에서 오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소소한 재미를 넘어서서 그 당시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고, 뒤집어 진 차별의 모습을 풍자하게 된다. 또한 가끔씩 두 사람을 배경으로 하고 반대편에 다른 배경을 마주하게 하면서 공동의 적을 두거나 다른 적을 두게 되는 비유와 대조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결국 차별은 다름에서 오는 비교에서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허나 전작에서처럼 자신의 전공이 은밀히 주제 의식 아래로 발휘되기도 했는데 바로 리듬감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어떤 장면으로 어떤 타이밍에 넘어가는지, 어떤 순간에 무엇을 등장시키는 지를 적절히 해내면서 긴장감이 늘어지는 부분들을 조여주고 있다. 시끄러움과 조용함의 강약을 잘 섞은 것이다. 마치 차별의 순간과 인정의 순간을 교대로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로 '그린 북'은 비록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감독의 전공 솜씨가 명확하게 발휘되면서 그 당시의 문제 혹은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부드럽고도 유연하게 로드 무비 장르로 만들어 낸 영화라고 생각된다. 힐링과 성장, 가족 영화적 성격도 조금씩 갖고 있어서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도 갖춘다. 그야말로 우아한 풍자 코메디에 가깝다. 그만큼 균형이 잘 잡힌 캐릭터와 관계, 대사들이 곳곳에서 매력을 잘 유지한다. 덕분에 여행을 통해서 강요된 이해와 인정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경험이 쌓이게 된다. 그러니까 그린 북은 모두에게 필요하면서도 결국에는 모두에게 필요없어지는 책이 된 것이다.



**비고 모텐슨의 전작 '이스턴 프라미스'를 반영한 이스턴 여관이 나온다. '폭력의 역사'까지 생각한다면 약간 아찔한 유머이기도 하다.

***마허샬라 알리의 드라마에서 나왔던 이미지도 잘 활용한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을 다루면서 대부스러운 면모도 은근 이용하고 있다.

*****'대부'였던가 무슨 영화에서도 이탈리아인과 흑인은 사실 가깝다는 드립을 자주 친다. 자주 쓰는 농담인 것 같다.

******괜히 욕먹는 중국인. 역시 차별의 마지막에는 아시아인이...

*******마지막에 관계가 역전된 모습에서의 더 담아야 될 부분들을 조금 짧게 담은 듯 하다.

********로드 무비는 결국 두 사람의 다른 위치가 서로 한 공간에 모이고 가까워졌다가 자리를 뒤바꾸는 영화들이다.

*********우정 영화는 멜로 영화의 다른 버전이다. 그 장르적 공식을 아주 잘 이용한다.

**********치킨을 맥주도 없이 무도 없이 먹는다.

***********기름진 손으로 피아노를 치다니.

************냉전 시대의 산물과 배경마저도 캐릭터들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공간에서의 연출도 크게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게 쓴다.

**************가령 높은 의자와 낮은 의자, 앞좌석과 뒷좌석에서의 동일선상과 대각선으로 있을 때, 대등한 식탁등.

***************편지하고 치킨이 많은 일을 해낸다.

****************제목까지 갖다 썼지만 '그린 북'은 사실상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많이 쓰이지도 않는다.

*****************폭력적이거나 너무 노골적인 장면들은 최대한 제외한 것 같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큰 사고 없이 다닌다. 실제로는 더 심했을 것 같다.

*******************역시 어디든 인맥이 중요하다.

********************허풍쟁이도 결국은 인맥에 영향을 준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이 자신의 편견과 벽을 깰 때 자리가 달라진다.

**********************역설적으로 정말 크리스마스 영화다.

***********************역시 글은 자꾸 써봐야 는다. 좋은 스승이 있으면 더 빨리 는다.

************************묘하게 새드 엔딩 같은 구석이 있다. 돈 문제로만 본다면 말이다.

*************************사실 그 부분을 애매하게 빠르게 처리했다.

**************************그린 북이 생기게 된 것은 흑인들이 버스 같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있는 교통을 이용하면 차별을 받으니 혼자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여행을 선호하다가 생겨났다고 한다. 흑인들만의 여행책자 같은 것이다.

***************************부드럽게 그리다보니 감정이 폭발하는 씬에서도 강렬하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결국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과연 처음에 그에게 시키려던 일은 어떤 일이었을까? 무서운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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