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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불패>김용의 소설은 무엇이든 빼어나...

2020-03-31 05:02:29

김용의 소설은 무엇이든 빼어나지만,

그 중에서 소오강호를 가장 좋아한다.
제목에서 드러나고,(강호를 비웃는다...세속의 다툼을 비웃는다)
독고구검이라는
검법의 특성이 은유하듯이,
세상의 일에 얽매이지 않으려 하는 주제가
사춘기의 방황과 통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소설 소오강호를 각색한 것이 이 시리즈이다.
(1편은 허관걸 주연의 소오강호이며,2편이 동방불패1)


하지만, 동방불패는 소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강호에 접근한다.
이러한 특징은 결과적으로 

동방불패를 그저 원작의 명성에 누를 안끼치는 영화가 아닌,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진 걸작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

이 영화에서는 가장 권력집착적인 임아행도 ,

자유롭고자 하는 영호충도

그 사이의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모두다 사연이 있고, 행동의 이유가 있으며, 스펙트럼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집착과 자유를 오가는 고민이 있다.


인간답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루는 이야기이기에
이 영화는 권력욕을 기준으로 선악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과 환경과 성격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삶을 노래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는 원작소설과 약간은 다른 느낌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과, 영호충처럼 은자를 자처하는 자 사이의 관점차가 드러나고
은자가 정파와 사파, 혹은 정파끼리의 권력다툼에 휘말려 들어가는 데서 갈등이 생기며,
결국 은자를 선택하는 소설에 비해,


이 영화에서는
은자만이 아니라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마음에도 설득력을 부여하며,
또한 자유와 은거를 바라는 이들이 결코 도망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 무게를 실었다.


이것는 소설보다는 좀 더 어른스런 느낌으로서,
다툼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유를 찾았건만,
그렇게 찾은 자유에는 목적없는  공허만이 남아있음과,
더불어 다툼은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두고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미시적인 관계 하나하나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드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다고 해도 마땅한 해답은 없다.

도망치는 자유가 아닌, 적극적인 자유로서 무얼 한다해도
관계는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다툼은 무얼해도 벌어진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리 자유를 원하고 평화를 원한다해도

본질적으로 다툼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방불패가 묘족 사람들조차  자신을 욕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병사를 집결해 묘족의 나라를 세우려 계획하는 것,
임아행이 영호충에게 너털웃음으로 사제의 복수를 권하며 하는 대사..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강호인데, 어찌 강호를 떠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처음부터 권력추구자라기 보다는
어쩌면 영호충이 향하는 자유를  이미 겪어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설 소오강호의 해피엔딩도 좋았지만,
동방불패와는 황천을 사이에 둔
임영영과는 바다를 사이에 둔
이별을 택한, 영화 동방불패의 엔딩도 그만큼이나 좋다.

 

또, 소설의 풍청양의 독고구검 강의에 나온 바람같은  말들도 아름다웠으나,
영화의 임아행의 말 

 

"사람이 바로 강호인데, 어찌 강호를 떠나겠는가..."
이 말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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