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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더 브레이브> 산불 전문 소방관들의 삶

2020-03-31 04:55:33



흔히 '소방관'하면 불타는 건물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사람들을 떠올리지만, <온리 더 브레이브>는 '건물'이 아니라 '산불' 전문 소방관을 다룬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오는 영화다. 최근 캘리포니아 산불을 비롯해, 유독 미국이 산불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기 때문이리라. 그 중에서도 영화는 오직 20명으로만 구성된 특수 소방대원 '핫 샷'을 다루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나무를 자르고 불을 붙여 '맞불'로 산불을 끄는 그들의 방식 역시 새롭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엔 미국 특유의 '영웅주의'로 치닫는 작품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영화 속에서 '당신은 영웅'이라는 대사는 단 한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은퇴한 '듀에인'부터 결혼은 했지만 자식은 없는 '에릭', 결혼은 안했지만 자식은 있는 '브랜든', 싱글인 '맥'과 가정이 있는 '제시' 등 영화는 산불을 진압할 땐 다 같은 소방대원이지만, 집으로 돌아갔을땐 각자 다른 일상을 누리는 개개인의 삶과 고민을 비춘다. 그래서 영화 말미에 다다르면 핫샷 멤버들이 마치 내 동료 혹은 마을 이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세지로 이끌기 위한 탁월한 연출이었다.




닳고 닳은 소방대장인 '에릭'과 신참내기인 '브랜든'. 마약에 찌들어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고 살던 브랜든은 자식이 생기자,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다잡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약쟁이'라며 쉽게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기회를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에릭이다. 그 역시 산불 진압에 삶의 의미를 찾기 전까지만 해도 젊은 시절 마약에 중독되어 살았었기 때문이다. 에릭의 아내인 '아만다'가 브랜든에게 "당신은 남편과 닮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에릭은 브랜든에게 자기 자신을 보았던 것이다. 


비록 브랜든이 의지를 다잡는 계기나 과정이 빈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가 새로운 삶에 자리를 잡아나가는 과정 자체는 보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그 중에서도 그에게 텃세를 부리며 악역을 자처하던 '맥'이 나중에 브랜든의 절친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특히나 흐뭇하다. 그러나 나중에 브랜든은 본의 아니게 독이 든 성배의 주인이 되는데,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장면은 참으로 참혹하다. 그러나 '아만다'가 상처입고 길 잃은 흰 말을 치료해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듯, 브랜든 역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마저 딛고 일어서는데, 이는 <온리 더 브레이브>라는 영화가 나에게 한 편의 성장 영화처럼 느껴졌던 이유다. 



 


카우보이 향기가 짙은 애리조나 주를 배경으로 한 데다 육체를 많이 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다보니, 영화 전반엔 테스토스테론이 흘러넘친다. 거기에 미국 상남자의 대표주자인 '조쉬 브롤린'과 '제프 브리지스'가 중심을 잡고, '마일즈 텔러'와 '테일러 키취'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으니 소위 남자영화로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가정과 일 사이에서의 고민은 남녀 관객 모두를 끌어들인다. 우락부락한 남성들 사이에서 조용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제니퍼 코넬리' 역시 지나칠 수 없다. 


<위플래쉬>부터 시작해 <블리드 포 디스><땡큐 포 유어 서비스>등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마일즈 텔러'와 책임자의 무게를 보여주는 '조쉬 브롤린', 그리고 그들 모두를 가르치려드는 '꼰대'가 아니라, 품어 안아주는 멘토인 '제프 브리지스'까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테일러 키취'는 비록 <존 카터>와 <배틀쉽>으로 연속의 큰 실패를 겪긴 했지만, 여기서 꽤나 매력적이어서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13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어 중반부에 살짝 쳐지긴 하나, 초반엔 재미를 후반엔 예기치못한 감동을 얻어갈 수 있는 작품이다. <트론><오블리비언>을 만든 감독 답게 산불 CG 역시 훌륭하게 구현되었는데, 왜 극중 소방관들이 넋놓고 산불을 구경하고 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장관이다. 소방관, 그것도 산불을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2월 2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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