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raft

<토이 스토리>이건 나는게 아냐, 아주 멋있게 떨어지는 거지-다시 본 <토이스토리>.픽사가 전하는 인생의 위로

2020-03-30 02:58:50

토이 스토리

리뷰보기

 


 


지금은 15년지기 베스트 프렌드지만, 한때 우디 버즈를 무척 싫어했다.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버즈가 자신과 같은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부정한 것이 또 다른 이유다. 그래서 우디 입장에서는 허세[?]병에 걸린 버즈가 자기 분수를 모르는게 싫었다. 그래서 우디버즈에게 항상 말한다,

 

 

"넌 장난감 일뿐야!"


하지만 버즈는 인정하지 않는다. Z 대마왕으로부터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전사 버즈 라이트 이어가, 고작 장난감이라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모든 인생과 꿈이 한 순간에 부정하라니, 생각 만해도 끔찍한 것이다.

 

그래서 버즈우디에게 내가 장난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토이스토리>를 본 모두가 기억하는 그 대사를 외치며, “무한의 공간 저너머로!”

 

결국 그 퍼포먼스는 성공을 거두고, 버즈는 더더욱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우주 전사라고 믿게되었다. 물론 그의 퍼포먼스를 처음부터 지켜 본 우디는 그건 나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어째든 이후 둘은 “지옥” 시드의 집에서 탈출을 감행하게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여전히 상황파악 못 하는 버즈. 자신이 슈퍼 우주전사이기에 우디를 데리고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TV에서 나온 자신의 모습은....

 

 

내가 고작 장난감이라 이 말인가?

내가 장난감이라니, 내가 장난감이라니T.T


순간 버즈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우주 전사라고 믿고 있던 내가 고작 장난감이라고? 그동안 내 꿈은? 그동안의 내 자신은 무엇인가?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버즈는 믿는다. 난 날 수 있다고. 그래서 다시 한 번 비행버튼을 누르지만 현실은 땅바닥에 떨어지는 그의 모습이었다. 순간 버즈는 큰 상실감을 겪는다. 이게 가족용 애니매이션이라[?] 그 좌절감을 대충 표현했지만, 가정해보자. 지금 당신이 알고 있던 인생이 모두 거짓이라면? 그 충격은? 글쎄 절대 당신을 집에 혼자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버즈가 겪은 상실감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버즈는 모든 것을 포기 한다. 어차피 날지도 못했던, 멋진 우주 전사도 아닌 고작 장난감인데

 

하지만 이때 우디는 실망에 가득찬 버즈에게 말한다. "그래, 넌 고작 장난감이다. 하지만 니가 장난감이기에 널 기다리는 앤디가 있잖아?". 내 인생이 모조리 거짓말로 판명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우주전사라는 허상이 아닌 장난감인 자신의 본질 자체를 사랑하는 앤디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결국 버즈는 다시 힘을 내고, 이들은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마지막, 앤디의 차를 놓치게 된다. 그러나 이때 버즈는 마지막 비행을 시도한다.고작 장난감에, 날지도 못하는 그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로켓을 불을 붙이고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우디와 버즈, 하지만 우디버즈에게 말한다. "넌 날 수 없잖아! 우리 폭발할꺼야!" 그러나 기적이 일어난다. 고작 장난감에 하늘을 날 수 없는 버즈가 정말 날게 되는 것이다. 환희에 찬 우디가 말한다. “버즈, 너 하늘을 날고 있어!!!!” 하지만 버즈는,

 

 

 

 

 

"이건 나는 게 아냐,

아주 멋있게 떨어지는 거지"



자신의 인생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주전사라는 그럴듯한 직업이 고작 장난감에 불과했고, 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버즈는 날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적이 일어나고 모두가 버즈가 난다고 생각할 때 그는 지금의 기적에 도취되지 않는다. ‘나는 장난감이다. 큰 충격이었지만 이 운명을 인정한다. 그리고 나는 날수가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기적은 일어나고, 우리가 생각하는 기적이란 결국 노력의 보너스라는 것’. 정확하게 하늘을 나는 것은 아니지만 <토이스토리>에서 그 어떤 순간보다 멋있게 비행하는 이 장면에서, 픽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인생에 좌절당한 어른들에게 작은 선물을 던진다.

 

비록 당신이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것에 도달하지 못하였고, 어쩜 그것이 실패한 인생일지라도. 그것을 향한 노력과, 또한 지금 이 상황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우리는 큰 박수를 보낸다고. 결국 픽사는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최고가 된 사람’보다, ‘모든 고난에 무릎꿇고 실패자가 될 지라도, 그 과정 자체로 힘겹게 버텨온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토이스토리>를 극장에서 본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는 애니매이션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버즈가 멋있게 나는 줄 알았지만 인생의 쓴맛을 조금 맛 본 이제서야, 왜 버즈는 그것이 "멋있게 떨어진다"고 말했는지 그 뜻을 이해하며, 서글픔과 감동을 동시에 느낀다.


세상 사람들 모두 성공한 사람이 되고싶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성공한 사람이 되진 않는다. 그렇담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면 우리 모두 실패자인가? 어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픽사는 다르다. 버즈가 성공한 우주전사가 아닌 실패자 장난감이기에 더 가치를 가질 수 있었고, 하늘을 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본질을 인정하고 거기서 최선을 다하는 ‘떨어진 자’에게도 멋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내게 픽사는 늘 현실을 위로하는 판타지였다. 꿈을 이루지 못할 때, 꿈을 포기하지 마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시 본 <토이스토리>에서 픽사는 애당초 당신이 꿈을 이루었던지 이루지 못 했는지는 별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항상 따뜻한 위로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1995년 <토이스토리> 개봉당시에는 몰랐던 이 엄청난 의미, 픽사는 자신들의 첫 장편영화에서부터 인생에 상처받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었었다. 새삼 그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지금 당신의 인생에서 날지 못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성공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당신 존재 자체가 소중하며, 당신의 그 실패마저 노력했기에 우리 모두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버즈의 대사처럼 그건 아주 '멋있게 떨어지는 것'이었으니깐. [그래서 난 뭔가 성공지상주의 같은 "무한의 공간 저너머로"보다 이 대사가 훨씬 정감이 간다.^^;]



 

삭제 수정 목록